디깅클럽서울
주목받아 마땅한, 시대를 앞선 숨은 음악의 재조명
"시대를 앞서간 20세기 음악 5곡을
21세기 온스테이지 뮤지션 5팀이 리메이크합니다”
디깅클럽서울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20세기 숨은 음악과 시티팝
셀러브리티 큐레이터
나에게 시대를 앞서간 음악
유희열-
윤수일 밴드 - 아름다워
갈매기 소리, 파도 소리도 나오고. 오토바이 소리가 확~ 하고 나와요. 태양족들의 그런 젊은 분위기가 도입부로 나오고, 중간중간 무그 신시사이저와 전자악기 소리가 나옵니다. 화성도 복잡하고. 과연 이 시대에 나온 게 맞나? 생각이 드는 곡이에요. 꼭 한번 들어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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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 단발머리
마찬가지로 기타 소리와 funky한 리듬이 특징이죠. 아이러니한 게 1집에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함께 수록되었거든요. 한 곡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가요가 되었고, 한 곡은 가장 세련된 형태로 오빠부대를 만들었죠. 두 곡이 같이 히트했는데, 한 앨범 안에 공존한다는 게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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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트리오 – 그대여 안녕히
일단 로맨틱해요. 시티팝의 특징 중의 하나가 로맨틱한 구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전형성을 띠고 있어요.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요. 지금 SK와이번스의 응원가로 쓰이고 있는 ‘연안부두’라는 곡이 김트리오의 가장 히트곡인데요, 이 두 곡이 또 공존합니다. 이런 게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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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당시의 세션 장인들이 만든 곡이에요. ‘시티팝’이란게 손맛이 있어야해요. 기타, 베이스, 드럼, 중요한 리듬악기 셋이 리듬을 딱 잡고 있어야 돼요. 이곡은 들어보시면 “이때 이런 음악을 했구나”란 생각이 드실 거예요.
전문가 큐레이터
음악 전문가들이 보는 20세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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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Achim) - 숙녀예찬
작곡가 유정연과 재즈 피아니스트 이영경으로 구성된 아침은 1992년 명반으로 회자하곤 하는 1집 >Land Of Morning Calm<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진 그룹이죠. 이들의 1집 가운데 ‘숙녀예찬이란 곡은 청아하고 화려한 인트로 연주, 순박하고 꾸밈없는 유정연의 보컬, 간주에서 들려오는 신시사이저와 색소폰 연주 등 멜로우(Mellow)하고 청량한 느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기타에 함춘호, 손진태, 손무현, 베이스에 장기호 등 당대 감각적인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던 이들이 세션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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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날 - 하루
‘도시의 희뿌연 아침 열리고 가로수 긴 팔 벌려 하품할 때’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곡은 완전한 한국 시티팝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가사 전반에 낮게 드리워진 도회적인 정서와 여러 연주가가 탄탄하게 쌓아 올린 사운드만 놓고 봤을 때 ‘시티팝다운’ 면모를 은근하게 떠오르게 합니다. 사운드 메이킹, 연주, 프로듀싱 등 모든 측면에서 지금 들어도 여전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곡이죠. 지극히 한국적인 시티팝 계열의 곡을 묶었을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곡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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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그런대로
김현철의 초기 앨범은 시대를 앞서나간 명반이자 한국 시티팝의 출발점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죠. 특히 1집에 수록된 ‘오랜만에’, ‘동네’와 같은 곡이 유명하지만 2집에 수록된 ‘그런대로’도 여러 번 다시 듣기 해야 할 곡이라 생각합니다. 다크하게 시작해 화사하게 피어나는 곡의 진행과 때에 따라 테크노, 일렉트로닉장르처럼 들리는 아방가르드한 사운드, 그리고 읊조리듯 반복되는 가사가 흥미롭습니다. 비트와 그루브로 시작해 미래적인 감각의 희망찬 사운드로 승화되는 묘한 분위기의 곡이죠. 조금 더 조명받았으면 하는 김현철의 1992년도 2집 앨범이야말로 도회적이고 실험적인 ‘도시의 팝’ 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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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 다시 시작해
음악도 와인처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과연 이 곡의 탄생 빈티지가 1995년이란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빛과 소금, 김현철 등 1990년대 초 동아기획 뮤지션들을 포함해서 정원영이란 뮤지션 역시 한국의 시티팝 계보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아닐까요. 특히 이 곡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들어보면 그 감흥이 남다릅니다. 블랙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비니를 푹 눌러 쓴 한 남자가 해변을 정처 없이 배회하죠. 나른한 낭만보다는 차갑고 쓸쓸한 정서가 지배적이지만 가사의 마지막에서는 ‘우린 내일이 있어’라며 여운을 남깁니다. 시대를 초월한, 여전히 생생한, 희대의 명곡이란 바로 이런 곡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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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 어느새, 나누니니나
장필순의 초기 앨범 가운데 1집의 어느새(1989년 발표)와 4집의 나누니니나(1995년 발표)는 당대 가장 모던한 보사노바 리듬의 곡이 아니었을까요. 김현철이 작곡한 ‘어느새’가 어둡고 고혹적인 결을 가졌다면 고찬용이 작곡한 ‘나누니니나’는 한결 가볍고 밝은 무드와 바이브를 가진 곡이죠. 특히 ‘나누니니나’는 ‘파도 소리 들려오는 텅 빈 바닷가’를 배경으로 작사한 곡이라는 점에서 시티팝의 소재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